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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기도에 대하여

입력 : 2026-04-02 08:06

[신형범의 千글자]...기도에 대하여
교회에서 어린 아이들이나 할 법한 유치한 짓을 가끔 합니다. 기도 중간에 실눈을 뜨고 기도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는 겁니다. 갈구하는 소망의 내용이 길수록 절박함이 깊구나 싶어 가슴이 울렁거립니다. 정작 나는 기도를 제대로 하지 않습니다. 어렸을 땐 간절함을 담아 기도하면 이루어진다고 믿었던 것 같은데 실제로 이루어진 건 기억에 별로 없습니다. 그러니 지금까지 내 기도는 모두 간절한 것이 아닌 게 돼버렸습니다.

2007년도 개봉한 영화 《에반 올마이티》는 하원의원이 된 주인공 에반이 새로운 기회를 찾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아내는 가족들이 더 사랑하게 해달라고 기도하면서 시작됩니다. 그런데 점점 이상해지는 남편을 이해할 수 없어 방황하는 아내에게 사람으로 변신한 신이 나타나 말해 줍니다.
“누가 인내를 달라고 기도하면 신은 그 사람에게 인내심을 줄까요, 아니면 인내심을 발휘할 기회를 주실까요? 용기를 달라고 하면 용기를 주실까요, 용기를 발휘할 기회를 주실까요? 만일 누군가 가족이 좀 더 가까워지게 해 달라고 기도하면 신은 ‘뿅’ 하고 묘한 감정을 주실까요, 아니면 서로 사랑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실까요?”

그래서 나는 기도를 아낍니다. 예를 들어 매일 좋은 글을 쓸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않습니다. 대신 매일 읽고 쓸 수 있는 성실함과 에너지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분별하고 이 길이 내 길이 아니라면 다른 길로 갈 수 있는 용기를 내려고 애를 씁니다. 기도는 하다하다 정말 내 힘으로 어쩔 수 없을 때, 마지막으로 어디 부탁할 데가 없을 때 최후의 방법으로 그때 하겠습니다. 기도의 말이 하늘에 닿기 전에 먼저 내 가슴과 마음에 닿기를 바라면서.

그렇게 마지막 순간에 기도까지 했는데도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실망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기도의 응답은 바라는 걸 이루는 게 아니라 흙탕물 같은 자기 마음을 정화해 고요와 냉정을 되찾는 것입니다. 그러다 기도가 스스로에게 보내는 위로와 다짐이라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결국 기도의 본질은 스스로 찾는 것입니다. 영화 《에반 올마이티》에서처럼 누구나 좋은 기회를 만날 수 있습니다. 다만 잡지 못했을 뿐입니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주어집니다. 바라는 것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최선을 다해 방법을 찾고 열심히 성실하게 살아가다 보면 어느덧 기회가 찾아옵니다. 그때 놓치지 않고 잡는 것, 그게 바로 기도의 응답입니다.

신학자 아브라함 요수아 헤셸은 기도의 쓰임새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구원받기 위해 기도하는 게 아니다. 우리는 기도함으로써 우리 자신이 구원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 되려는 것이다.”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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