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김민혁 기자] 누군가는 부산을 ‘노인과 바다’의 도시라 불렀다. 그러나 이제는 그 정의를 바꿔야 할 때다. 부산은 더 이상 정적인 항구가 아니라, 예술이 살아 움직이고 파동치는 공간이다. ‘예술이 춤추는 바다’, 아트와 바다가 공존하는 도시로 재정의되어야 한다.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 현장에서 고객들이 묻는 질문은 이 작품의 재료는 무엇인가.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가.
오랫동안 전통처럼 사용되어온 스기나무 프레임은 이제 더 이상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용인될 수 없는 재료라는 것을 관객이 알고 있다. 유럽의 주요 미술관과 공공기관에서는 이미 사용이 배제된 구조이며, 그 이유는 명확하다. 연질 구조로 인한 뒤틀림과 장력 불균형, 그리고 시간에 따른 균열 발생 때문이다. 이제 이 사실은 전문가 영역을 넘어 대중적 인식으로 확장되고 있다. 아직도 아트페어에 스기나무 프레임으로 작업한 작품이 유통되는가 묻지 않을수 없다.
그럼에도 한국 미술시장은 여전히 재료에 대한 성찰보다 외형과 유통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시장이 어렵다는 이유를 정부나 경기 탓으로 돌리기 전에, 작가 스스로가 자신의 작업 기반을 다시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알루미늄 캔버스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선택 기준이 부재한 채 무분별하게 사용되면서 또 다른 구조적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알루미늄 프레임은 반드시 목재와의 완충 구조를 가져야 하며, 원단이 직접 닿을 경우 결로로 인한 손상이 발생한다. 코너 이음부에 사용되는 플라스틱은 충격에 취약하고, 시간이 지나면 쉽게 마모 된다.
원단 선택 또한 중요하다. 반아사나 브라운 계열 원단은 폴리와 면 또는 아사의 혼합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이때 면과 아사는 습기를 흡수하는 반면, 폴리는 습기에 반응하지 않는다. 이 물성의 차이는 결국 장력 불균형을 야기하고, 표면의 울림과 주름, 나아가 구조적 균열로 이어진다.
왜 우리는 이 문제를 집요하게 짚어야 하는가.
그 답은 단순하다. 이것은 단순한 재료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 재정과 직결된 구조적 책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완전한 구조 위에 제작된 작품을 정부와 미술은행이 매입할 경우, 그 대가는 고스란히 복원 비용으로 전가된다. 매년 수십억 원에 이르는 보존 비용은 결국 국민의 세금이다. 국민의 세금을 눈속이는 방법으로 작품을 구매하는 정부나 미술은행이 스스로 파면하는 일을 이제는 할수 없다.
이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구조를 외면한 선택이 반복될 때 발생하는 일종의 ‘제도적 과실’이다. 더 나아가 문화 자산을 훼손하는 구조적 범죄에 가깝다.
이제 정부와 미술은행은 ‘유명 작가의 작품인가’가 아니라, ‘100년을 견딜 구조인가’를 먼저 질문하고 있다. 그리고 작가 역시 ‘무엇을 그릴 것인가’ 이전에 ‘어떤 구조 위에 남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무너진 신뢰는 시장을 떠난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는다.
떠났던 고객을 다시 불러들이는 유일한 방법은, 작품의 앞면이 아니라 뒷면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재료에 대한 안목, 구조에 대한 책임, 그리고 시간에 대한 윤리.
지금 한국 미술이 회복해야 할 것은 표현의 문제가 아니라, 기반의 문제다.
보여주는 예술에서, 남겨지는 예술로의 전환. 그 시작은 캔버스 뒤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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