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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요즘 대학에 없는 것

입력 : 2026-04-09 08:15

[신형범의 千글자]...요즘 대학에 없는 것
대학원에서 논문을 쓰는 중인 딸아이조차 요즘 대학생들을 잘 모르겠다고 한 발 물러서는 형편이니 내가 대학 다니던 시대는 그야말로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입니다. 예전에 딸아이가 학부에 있을 때 요즘 대학은 학교신문(학보)을 발행하지 않는다고 해서 놀란 적 있습니다. 발행한다고 해도 한 학기에 한 번, 잘해야 두 번 정도라는 얘길 들으니 학보는 무조건 매주 발행되던 기억을 갖고 있는 나로선 놀랄 수밖에요.

요즘 학생들은 대부분 학보가 있어도 거들떠보지 않습니다. 더 충격적인 건 학생들 절반 이상이 학보를 읽어본 적 없다는 겁니다. 일단 재미가 없고 관심도 없다고 했습니다. 학교측도 학보 발행에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아예 종이신문 학보를 폐간하고 온라인으로만 발행하는 학교도 있습니다.
내가 학교 다닐 때(라떼는… 죄송합니다)를 떠올려 봅니다. 학보는 캠퍼스 생활의 중요한 문화 중 하나입니다. 1980년대 우리는 매주 발행되는 자기 학보를 다른 대학에 다니는 친구에게 우편으로 보냅니다. 봉투에 넣지 않고 신문을 8등분으로 접어 중간에 띠지를 둘러 보내는 방식입니다. 그렇게 하면 우편요금도 굉장히 쌉니다. 친구가 다니는 학과사무실로 보내기 때문에 집주소를 몰라도 됩니다.

서로 다른 대학으로 갈라진 고등학교 친구와의 우정을 이어주기도 하지만 학보의 백미는 띠지 안쪽에 연애감정을 담은 연서를 주고받는 것입니다. 새로 알게 된 이성의 학생에게 ‘인사’와 ‘애프터’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겁니다. 솔직히 다른 학교 소식이 뭐 그리 궁금하겠습니까. 그렇게 학보가 열심히 ‘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수행한 덕분에 결혼에 골인한 커플도 드물지 않습니다.

그 시절, 대학신문은 그 자체로 캠퍼스의 낭만이자 당시 사회 이슈와 민주주의를 지키는 수호자이기도 했습니다. 학보사 기자들은 구로공단이나 환경오염 현장 등을 취재해 투박하지만 기성 언론과는 다른 시각으로 현장의 소리를 생생하게 전하기도 했습니다. 동시에 민주화 투쟁에도 한몫 했습니다. 가끔 주간교수와 학생기자들 사이에 갈등으로 배포가 금지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종종 정부 당국과 충돌을 빚기도 했지만 학생기자들은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대학언론은 지성의 바로미터이자 미래의 논객을 꿈꾸는 풋내기 언론인의 훈련소였습니다. 그런 학보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명맥을 잇는다고는 하지만 미래가 밝아 보이지 않습니다. 주변에 소리 없이 사라지는 것들은 이렇게 하나하나 늘어나는데 옛날 기억은 새록새록 되살아납니다. 나도 이렇게 늙어가는 것이겠지요.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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