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전 국회와 빠르게 협의”…보상·기업이전·광역교통 등 현장 걸림돌 해소키로
추 지사, “숲세권·복합주거단지 등 경기도 장점 살려야…3기 신도시 경기도다움" 강조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경기도
경기=비욘드포스트 송인호 기자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정부의 ‘8·13 주택 신속공급 방안’에 경기도의 현장 경험을 접목한 제도개선에 나선다.
정부가 공공택지 조성 기간 단축이라는 큰 방향을 제시했다면 경기도는 보상과 기업 이전, 광역교통 등 실제 사업 현장에서 공급 속도를 늦추는 걸림돌을 걷어내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추 지사는 제도개선을 위해 국회와의 협의를 서두르는 동시에 단순히 주택 공급 물량과 속도를 높이는데 그치지 않고 자연환경과 생활 인프라를 결합한 ‘경기도다운 신도시’를 만들어야 한다는 방향도 제시했다.
도는 지난 4일 추 지사 주재로 대책회의를 열고 정부의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의 현장 이행력을 높이기 위한 13개 제도개선 과제를 논의했다고 6일 밝혔다.
◇추 지사 “국회 협의 서둘러야”…정부 대책에 ‘현장 해법’ 보완
추 지사는 이날 제도개선 과제의 실행력을 확보하려면 국회와 선제적인 협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추 지사는 “관련 상임위원들과 먼저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모든 분을 다 모시기 힘들면 국토위와 기재위, 경기도 소속 국회의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쉽게 브리핑하는 기회를 가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정기국회 법안 논의가 본격화되기 전에 빠르게 해야 한다”며 속도감 있는 대응을 주문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대책회의 주재 모습. /경기도
정부는 지난달 13일 주택 신속공급 방안을 발표하고 공공택지 조성 절차를 병행·조기화해 후보지 발표부터 착공까지 약 68개월 걸리던 기간을 37개월 수준으로 단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공공택지 8만9000호를 신속 착공한다는 목표다.
도는 정부의 기간 단축 방침이 실질적인 주택 공급으로 이어지려면 현장에서 반복되는 보상·기업이전·광역교통·관계기관 협의 지연 문제까지 함께 풀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신속추진 및 절차 간소화 4건, 기업이전 대책 및 자족기능 강화 3건, 사업추진체계 개선 및 지방재정 예측 기반 마련 6건 등 모두 13개 개선 과제를 마련했다.
◇보상 전산화·기업이전단지 조기 지정…‘선교통 후입주’ 속도
핵심 과제 가운데 하나는 공공주택지구 보상 절차 단축이다. 현재 보상계획 공고를 위한 기본조사 과정에서 토지·건축물대장과 등기부등본, 과세대장 등 10종 이상의 서류를 발급받는 업무가 전체 업무의 30~40%를 차지한다.
도는 ‘공간정보관리법’과 ‘건축법’ 등에 특례조항을 신설해 보상업무에 필요한 토지·건축물 관련 자료를 전산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기업이전단지 조성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도 추진한다. 현재 기업이전단지가 공공주택지구 지정 이후 수년 뒤 지정되면서 기업 이전과 철거, 본 지구 공사가 잇따라 늦어지는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남양주 왕숙과 하남 교산은 공공주택지구 지정 약 3년 뒤, 고양 창릉은 약 4년 뒤 기업이전단지가 지정됐다. 도는 공공주택지구 지정 단계부터 이전 기업과 이전단지 계획을 함께 마련해 두 지구를 동시에 지정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다.
광역교통 개선에도 속도를 낸다. 공공주택지구 광역교통개선대책으로 확정된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는 내용으로 ‘국가재정법’ 개정을 건의하는 방안이다. 도는 제도가 개선되면 철도사업의 경우 최소 1년 이상 기간을 단축해 ‘선(先)교통·후(後)입주’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책회의 모습. /경기도
◇“숲세권 즐기는 경기도”…추미애표 ‘경기도다운 신도시’ 구상
추 지사는 공급 속도와 함께 신도시의 질에도 방점을 찍었다.
추 지사는 “경기도는 공간과 자연환경이라는 장점이 있다”며 “경기도에 살면 숲세권을 즐길 수도 있고 경기도다운 복합주거단지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캠퍼스와 공원, 학교 복합시설을 우리가 사는 주거단지 안에서 해볼 수 있다”며 “경기도다움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추진하자”고 주문했다.
정부 주도의 대규모 주택 공급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도의 공간과 자연환경, 교육·생활 인프라를 결합해 주거의 질까지 높이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지방정부의 권한 확대도 주요 과제다. 도는 330만㎡ 미만 공공주택지구의 사업자 지정과 지구 지정·변경, 지구계획 승인 권한을 시도지사에게 이양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재 공공주택사업은 30만㎡ 미만 지구에 대해서만 시도의 지정·승인 권한이 인정된다.
도는 권한이 확대되면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지방정부가 자족시설과 교통·생활기반 수요를 보다 신속하게 사업계획에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추 지사는 정부의 대규모 주택공급 대책 수립 과정에서 도와 충분한 사전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데 대해서도 아쉬움을 나타내며 향후 주요 주택정책 수립 과정에서 지방정부와의 협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밝혔다.
도는 앞으로 LH·GH·LX와 3기 신도시 참여 시군 도시공사 등 공동사업시행기관의 현장 의견을 추가로 수렴한다. 이후 도지사와 사업시행기관이 참여하는 공동협력회의에서 공동건의안을 확정해 중앙정부와 국회에 제도개선을 건의할 방침이다.
결국 추 지사가 꺼내든 13개 과제의 핵심은 ‘공급 속도는 높이되 경기도의 특성과 현장의 목소리를 놓치지 않겠다’는데 있다. 정부의 공급 확대 정책에 현장 중심의 제도개선을 더하고 교통과 자족기능, 자연환경까지 갖춘 신도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 실제 3기 신도시의 공급 속도와 주거 품질을 얼마나 끌어올릴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