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진 대로 암스테르담은 자전거 천국입니다. 지난 30년 동안 탈탄소와 시민 삶의 질을 높이는 녹색교통수단으로 자전거 정책을 추진해 온 결과 교통수단 분담률이 30%나 됩니다. 한국의 20배가 넘습니다. 서양은 자전거를 합리와 과학, 실용으로 발전시켰다면 한국은 자연이고 낭만이며 여행으로 여겼습니다.
광고전문가 박웅현이 자기 책 《책은 도끼다》에 작가 김훈에 대해 이렇게 썼습니다. “줄을 치고 또 쳐도 마음을 흔드는 새로운 문장들이 넘쳐나는 게 김훈의 책입니다.” 《자전거여행》은 작가 김훈이 1999년부터 1년 동안 자전거로 여행하며 기록한 책입니다. 작가는 당시 지금 나보다 열 살 가까이 어린 52살이었다는데 그 나이 때 나는 뭘 했나, 한심한 생각이 듭니다. 오랜만에 다시 펴 본 《자전거여행》에서 건져 올린 ‘마음을 흔드는 새로운 문장’으로 오늘 일기를 대신합니다. 《자전거 여행2》는 내가 사는 김포에서 시작해 김포평야, 김포 전류리, 고양 일산, 파주로 이어집니다.
“날마다 강화 쪽으로 해가 저물어 남과 북의 마을들이 같은 노을에 젖고 물가 모래톱 웅덩이에 저녁 빛 한 줌 퍼덕거린다.”
“풍경은 바람과도 같다. 방한복을 벗어버리고 반바지와 티셔츠로 봄의 산하를 달릴 때 몸은 바람 속으로 넓어지고 마음은 풍경 쪽으로 건너간다.”
“풍경은 사물로서 무의미하다. 그렇게 말하는 편이 덜 틀린다. 풍경은 인문이 아니라 자연이다. 풍경은 본래 스스로 그러하다.”
“한강에서 자전거는 상류에서 하류로 물과 함께 흘러내려가야만 강과 서울의 표정을 바르게 읽어낼 수 있다. 암사동에서 김포대교에 이르는 동안 22개의 다리 밑을 지난다. 한강 다리 구간마다 대도시의 풍경과 산세가 바뀐다. 잠실 구간에 이르면 멀리 북쪽 들판 끝으로 도봉산의 선인봉 만장봉 북한산의 백운대 노적봉 인수봉의 연봉이 모습을 보인다. 산과 강 사이에서 대도시는 커서 산이 쫓겨가는 형국이다.”
“나는 내 마을의 땅 밑바닥이 불안정하게 느껴지는 저녁에 정발산에 올라가서 김포 쪽으로 저무는 노을을 바라본다. 내가 사는 마을에서는 변하지 않는 것들은 위태로워서 사소해 보이고 마침내 변해야 하는 것들은 강력하고 완강해 보인다.”
“젊어서는 온 천지를 싸질러 돌아다니기를 좋아했는데 나이 먹으니까 돌아다니기보다 돌아다니는 것들을 바라보기에 더 바쁘다. 젊어서는 인수봉 백운대 노적봉 주봉 선인봉 만장봉 오봉 치맛바위에 자일을 걸고 오르내렸는데 나이 먹으니까 비 오는 날의 젖은 바위를, 안개 낀 날의 몽롱한 바위를, 맑는 가을날의 빛나는 바위를 멀리서 바라보는 일이 더 즐겁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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