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메뉴

[신형범의 千글자]...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

기사입력 : 2025-02-12 08:48

[신형범의 千글자]...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
생각을 백 번 양보하면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권력과 알코올에 중독된 정신이상 소시오패스도, 자기 이익과 안위를 위해서라면 민주주의를 기꺼이 조롱하는 정치인들도, 법치주의를 무너뜨리는 법기술자들, 뻔뻔하게 곡학아세를 일삼는 어용학자, 사심이 앞선 종교인들 모두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만든 가상세계에 살면서 망상을 키워 온 권력자나 사실이 아닌 걸 알면서도 자기들의 정치적, 사회적 목숨이 걸려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본 마음과 다른 스탠스를 취해야 하는 사람들의 곤란한 입장을 이해할 수 있겠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내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건, 어떻게 봐도 상식적이지 않고 보편적 가치와도 동떨어진 사태를 용인하고 나아가 지지까지 하는 보통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작금에 벌어진 사태와 자신들의 지위나 입장 사이에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도 그 사람들을 열정으로 뭉치게 한 것은 무엇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가상세계에 살던 망상적 권력자가 벌인 사태의 부작용은 인간 한 사람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게 진짜 문제입니다. 그는 한국정치에서 수명을 다한 제왕적 대통령제의 권력을 극단까지 행사했고, 자유주의 경제의 착취구조를 악화시켰으며, 한국사회 불행의 근원인 양극화를 가속화시켰고, 그나마 사라져가던 권위주의 문화를 다시 부활시켰습니다.

감정적으로는 우리사회에 수치심의 한계를 완전히 무너뜨렸습니다.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고 국무총리와 장관, 정치인과 법조인 그리고 사회 곳곳에서 궤변을 퍼뜨리는 소위 엘리트라고 하는 자들이 내뱉는 쓰레기 같은 말의 밑바닥을 보는 것도 이젠 지겹고 괴롭습니다.

이런 엘리트 괴물들을 키운 주범을 극단적인 능력주의와 경쟁교육 시스템에서 찾는 학자들이 있는데 나는 동의하는 쪽입니다. 공부만 잘하면 모든 것이 용서되는 학교와 그걸 당연하게 여기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약육강식의 살벌한 전쟁터에서 이기면 자신이 누리는 모든 부와 권력은 자신이 쟁취한 전리품이라고 여깁니다. 이런 ‘시험 잘 치는 기계’로 길러진 아이들이 미성숙하고 불완전하며 오만한 엘리트로 자라났다는 것이지요.

약속 안 지키는 건 기본이고 입에서 내뱉는 건 모두 거짓말인 권력자, 궤변과 허언을 일삼는 정치인들, 무책임하고 기회주의적인 관료들, 이런 파렴치한 엘리트들을 보고 아이들은 과연 무엇을 배울지, 우리는 공부 잘하면 저런 인간이 된다고 가르쳐야 할지 참으로 할 말 없게 만드는 현실을 살고 있는 게 답답할 따름입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저작권자 © 비욘드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리스트바로가기

인기 기사

글로벌대학

글로벌마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