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나고야(名古屋)시 히가사쿠라에 있는 라이브 재즈바입니다. 쇼와(昭和) 45년, 그러니까 1970년에 문을 연 이래 수많은 아티스트가 지금까지 무대를 채우고 있습니다. 60년 가까이 매일 다른 아티스트가 출연해 비일상적이며 특별한 시간을 사람들에게 선사합니다. 데이트할 때, 퇴근길에, 혼자서도 부담 없이 라이브 공연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멜로무비》에서 주인공 김무비(박보영)는 친구들(이준영, 전소니)과 자신들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기획합니다. 야심차게 팀을 꾸리고 작업에 들어갔지만 제작사에서 투자 유치가 어렵다고 해 영화제작은 중단됩니다. 이럴 때 ‘영화가 엎어졌다’는 표현을 쓰는데 영화판에서는 종종 벌어지는 일입니다.
낙담하고 제작을 포기한 김무비에게 얼마 전 똑같이 영화가 엎어지는 상황을 먼저 겪은 선배 감독(고창석)은 말합니다. “나는 20편을 찍은 감독이라 영화가 엎어지면 한번 욕하고 다음에 다시 찍으면 돼. 그러나 넌 달라. 이제 겨우 한 편 찍은 젊은 감독이야. 젊을 때 하고 싶은 얘기, 하고 싶어 미치겠는 이야기, 지금 아니면 안 되는 이야기가 있잖아. 제작사에 드러눕든, 투자자를 끌고 오든 무조건 찍어. 영화 하고 싶잖아?”
영화 뿐 아니라 음악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공들여 준비한 노래나 연주가 무대에 서보지도 못하고 취소되거나 무대에 섰지만 예상하지 못한 실수로 망친 공연, 실수 없이 마쳤지만 관객으로부터 악평을 받은 노래나 연주도 ‘엎어진’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다시 사진. 재즈바 앞에 한 사내가 앉아 있습니다.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공연을 기획한 제작자이거나 연주자 아니면 가수일 수도 있습니다. 또는 직장을 잃었거나 간절히 원하던 일을 이루지 못했는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아무렇게나 내팽개쳐진 가방과 바닥에 주저앉아 떨군 머리, 그로 인해 심하게 굽어진 등은 누가 봐도 좌절한 모습입니다.
인생은 때때로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어제 교회에서 욥기를 공부했습니다. 욥은 잘못한 게 없는데 더 떨어질 곳 없는 나락까지 떨어졌지만 낙담하지 않고 신앙을 지켰습니다. 실패는 더 나은 시작을 위한 동기가 되고 또 다른 기회를 맞을 수 있는 경험이 되기도 합니다. 세상은 여전히 아름답고 앞으로 만날 기회와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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