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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포토에세이]..."밥은 먹고 다니냐?"

기사입력 : 2025-02-24 08:20

[신형범의 포토에세이]..."밥은 먹고 다니냐?"
20년 가까이 다녔던 회사의 구내식당 최근 모습입니다. 회사를 그만둔 지 제법 됐지만 당시 회사의 오너는 ‘먹는 것’에 진심인 사람이어서 내가 다닐 때도 구내식당의 질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여전한 식당의 이름과 크게 바뀌지 않은 모습을 보니 사진이지만 왠지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한국사람에게 밥은 밥 이상의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영화 대사로도 유명한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은 “잘 살고 있냐?”는 뜻입니다. 그렇게 ‘잘먹는’ 일은 ‘잘사는’ 것의 기본입니다. 그런데 요즘 점심 한끼 먹는 게 쉽지 않습니다. 1만원으로 괜찮은 식당 찾으려면 발품을 한참 팔아야 합니다. 설렁탕 1만4천원(이문설렁탕), 칼국수 1만1천원(명동교자), 냉면이 1만5천원(오장동함흥냉면)이고 삼계탕이라도 한 그릇 먹으려면 2만원(토속촌)은 줘야 합니다. 결국 직장인들의 평균 점심값도 1만원을 넘었습니다.

밖에서 밥 한 끼 먹으려다 ‘쇼크먹었다’는 사람도 생겨났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언제부턴가 구내식당은 기업 복지의 대표적 상징이 됐습니다. 내로라하는 재벌기업 총수들도 자주 식판을 들고 구내식당에서 줄을 섭니다. 소탈하고 친근한 이미지에다 직원들 밥을 챙기는 자상함까지 챙길 수 있습니다.

구내식당은 기업의 정체성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농심의 매주 금요일은 ‘라면데이’입니다. 여름엔 둥지냉면이나 비빔면 같은 차가운 면 종류가 나오고 오뚜기는 항상 라면을 제공하고 죽과 컵밥은 언제든지 꺼내 먹을 수 있습니다.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조선소에선 해외음식이 나옵니다. 울산에 있는 현대중공업 미포조선에선 베트남 반미나 쌀국수, 필리핀 다도브, 스리랑카의 도사 같은 메뉴가 제공됩니다. 반대로 해외 공사하는 건설사에서는 파견된 한국인 근로자를 위한 한식과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현지식이 나옵니다.

대부분 구내식당은 자기 회사 직원들을 위한 시설이지만 외부인이 먹을 수 있는 구내식당도 있습니다. 물가가 비싼 강남, 여의도, 광화문 같은 업무지역에는 외부인도 이용 가능한 구내식당 리스트가 돌아다닐 정도입니다. 이렇게 구내식당이 없는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에 법원, 경찰서, 관공서 구내식당이나 외부인을 받는 다른 회사 구내식당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밥 한번 먹자”는 “또 만나자”는 다짐이고 “밥 한번 살게”는 감사의 표시입니다. “밥 먹을 시간도 없다”는 푸념 섞인 불평이며 심지어 미워하는 상대에게 퍼붓는 저주의 말에도 “콩밥 먹게 해주겠다”며 ‘밥’이 등장합니다. 직원들이 구내식당 ‘밥’을 복지의 첫걸음으로 여기는 이유일 것입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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