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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마라톤대회 신청하려다

기사입력 : 2025-02-25 08:43

[신형범의 千글자]...마라톤대회 신청하려다
취미로 달리기를 시작한 지 20년이 넘었습니다. 한참 달리기에 빠졌을 땐 한 달 동안 달린 누적거리가 150km를 넘을 때가 많았는데 지금은 100~120km 정도를 유지합니다. 한번에 8~10km씩 일주일에 세 번 뛰면 대체로 그 정도 거리가 나옵니다.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크고작은 마라톤대회는 200개 정도 됩니다. 혹한기와 혹서기를 제외하고 주말과 휴일에만 열리니까 어떤 날은 대회 10개가 전국 곳곳에서 동시에 열리기도 합니다. 직장 다닐 때는 동호회원들과 함께 일년에 두 개 대회에 정기적으로 참가했습니다. 풀코스를 뛸 때도 있지만 회원들과 함께 달리려면 하프코스(21.0975km)가 적당합니다.

이제 날씨도 풀리고 밖에서 뛰기 좋은 계절이라 오랜만에 대회에나 나가볼까 하고 적당한 대회를 찾아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만 해도 하프코스 참가비는 통상 3~5만원 수준이었는데 이제 7만원 아래로는 찾아보기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큰 대회로 봄에 제일 먼저 열리는 올해 동아마라톤은 풀코스 10만원, 10km 7만원입니다. 가을에 소양호 주변을 뛰는 유명한 춘천마라톤도 풀코스 8만원, 10km 7만원으로 올랐습니다. 춘천을 놓치면 일주일 만에 뛸 수 있는 JTBC서울마라톤은 10만원, 8만원입니다.

이런데도 대회 신청은 ‘피케팅(피 튀길 정도로 치열한 티케팅)’ 전쟁입니다. 내가 보기에 몇 년 전부터 불기 시작한 ‘러닝크루’ 열풍이 피케팅과 참가비를 올린 주범인 것 같습니다. 티케팅도 쉽지 않지만 이 돈 내고 대회 나가느니 집 근처 생태공원을 뛰기로 마음을 바꿨습니다.

그러고 보니 ‘가성비’ 운동으로 여겨졌던 달리기가 바뀐 경향이 뚜렷하게 보입니다. 반바지에 셔츠, 운동화만 있으면 누구나 뛸 수 있다는 건 꼰대들이나 하는 말이 됐습니다. 러닝화 전문점에서 추천하는 카본화는 대개 20만원이 넘고 달리기 전용 스마트워치, 오픈형 이어폰, 고글, 모자, 러닝조끼 등 달리기 ‘필수템’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요즘 ‘러닝크루’에 가입한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가관입니다. 다 합쳐서 1백만원 넘는 장비와 옷을 ‘장착’하고 뛰는 크루들이 엄청 많다는 겁니다. ‘러너라면 이 정도는 해야지’ 하는 분위기 때문에 달리기가 ‘진입장벽’이 높은 운동이 돼버렸습니다.

20년 이상 오랫동안 뛰며 마음 맞는 대회에 참가하던 나 같은 늙다리 ‘동호회’ 출신 러너들은 이제 ‘러닝크루’에 밀려 대회 신청조차 어렵게 됐습니다. 하지만 달리기는 원래 혼자 뛰는 고독한 운동이라 군중심리에 휩쓸릴 이유가 없습니다. 이 유행 또한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지리라 믿습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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