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벌어지는 현상 가운데 이해할 수 없는 일이 2030세대의 태도입니다. 그들이 정치권의 최전선에 선 것도 처음 있는 일이고 또 보수화하는 것도 전에 없던 일입니다. 2030세대가 곳곳에서 열린 탄핵집회와 탄핵반대집회에 앞장선 것도 예상 밖입니다. ‘12.3내란’을 계기로 정치판을 뒤흔드는 최대 변수가 됐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2030은 대표적인 ‘정치 무관심층’이었습니다. 작년 4월, 22대 총선에서 20대 투표율은 52.4%, 30대 투표율은 55.1%로 각 연령층에서 가장 낮았습니다. 50대(71.6%) 60대(82.0%) 70대(84.7%)에 비해 최대 30%p나 낮았습니다. 지난 대선과 다른 총선에서도 2030 투표율은 다른 세대에 비해 10~20%p씩 낮았습니다.
그러던 게 ‘12.3내란’ 이후 탄핵 찬반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정치적 목소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정치성향도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2020년 이전에 2030세대는 진보성향 정당에 사실상 몰표를 줬습니다. 그러다 2022년 대선에서는 보수와 진보정당에 표를 반씩 나눠줬습니다.
왜 이런 변화가 나타났을까요? 설득력 있는 가설은 문재인정부에 대한 실망과 ‘조국 사태’에 따른 공정성 논란, 계엄 이후 거대 야당의 일방통행에 대한 불만이 쌓여 2030이 보수화 또는 탈진보화됐다는 분석입니다.
2030들은 문재인정부 시절, 부동산정책 실패로 집값이 폭등하고 정부 고위인사들의 공정하지 못한 방식으로 자식에게 혜택을 주는 것을 지켜봤습니다. 가뜩이나 취업과 주택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이런 행태를 보자 민주당을 지지하기 어렵게 된 것입니다.
또 이들은 불투명한 미래에 걱정을 가장 많이 하는 세대입니다. 정치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자신들의 미래가 불확실하다고 여긴 결과라는 겁니다. 야권이 복지를 늘리고 세금을 올리는 정책을 추진할수록 젊은 세대의 부담은 커지고 고용제도가 경직될수록 좋은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보편복지정책’이 자신들의 미래를 갉아먹는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2030 전체가 아니라 남성의 보수화 경향이 뚜렷한데 이는 또래 여성보다 우월한 지위에 있지 않고 오히려 군대를 다녀오는 등 불리한 상황인데도 사회적으로는 여전히 여성을 배려해야 한다는 인식에 ‘역차별’을 받는다는 불만을 갖게 된 것으로 본다는 겁니다.
수십 년간 진보계열 정당의 든든한 우군이던 2030세대는 이제는 진보성향의 정당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세대가 된 것입니다. 과거처럼 진보성향 정당에 무조건적 지지를 보내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반민주당 목소리를 내는 데 누구보다 적극적입니다.
선거로만 보면 2030세대는 보수화됐다기보다 ‘스윙보터’가 됐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합니다. 이들은 기존 세대와 달리 특정 정당을 맹목적으로 지지하지 않고 선거 때마다 판단을 달리해 표를 주는 특징이 있습니다. 앞으로 있을 각종 선거에서 2030이 진짜 캐스팅보트를 쥐게 될 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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