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대학팀 김선영 기자] 전신에 피부와 폐가 굳는 자가면역질환 '전신경화증'을 겨냥한 치료용 백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돼 주목받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병리학교실 조미라 교수 연구팀은 전신경화증을 대상으로 한 나노융합 백신을 개발해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선정한 ‘2024년 보건의료 R&D 우수성과 30선’에 이름을 올렸다.
연구에는 조미라 교수를 비롯해 이선영, 이아람 연구교수, 박준혁·구희범 교수(의생명과학교실), 서상욱 교수(미생물학교실) 등이 공동 참여했다. 선정된 과제는 ‘비멘틴 병인 표적 난치 자가면역질환 전신경화증 치료용 나노융합 백신 개발’로, 국내 보건의료 분야에서 과학적 독창성과 임상 가능성, 국민 건강 기여도를 두루 인정받았다.
전신경화증은 면역체계 이상으로 체내 조직이 스스로를 공격하면서 피부가 두꺼워지고, 심하면 폐 섬유화로 생명까지 위협받는 대표적 난치 자가면역질환이다. 치료제는 현재까지 증상 완화에 그칠 뿐, 원인을 제거하는 근본 치료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연구팀은 전신경화증의 병인 단백질로 알려진 ‘비멘틴(vimentin)’에 주목했다. 비멘틴은 면역세포가 자가조직을 공격할 때 반응하는 자가항원 중 하나로, 이를 표적으로 삼아 면역 반응의 오작동을 차단하고자 한 것이다. 조 교수팀은 전신경화증 환자의 체내에서 염증과 섬유화를 유도하는 특수 T세포가 ‘STING/STAT6’ 경로를 통해 염증성 사이토카인 IL-4와 IFN-α를 분비함으로써 질환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이번 백신은 비멘틴을 인식하도록 설계된 나노입자에 면역 조절 물질을 결합한 형태로, 면역세포가 자가조직에 과민반응하지 않도록 유도한다. 특히 병을 일으키는 염증성 T세포 대신 면역 균형을 조절하는 Treg(조절 T세포)를 활성화해 섬유화를 억제하는 점이 특징이다.
연구는 동물실험에 그치지 않았다. 연구팀은 전신경화증 환자의 면역세포를 이식한 '아바타 마우스' 모델을 제작해 백신의 효능을 사람과 유사한 환경에서 검증했다. 실험 결과, 염증 억제는 물론 조직 섬유화가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효과도 입증됐다.
이 백신 기술은 전신경화증을 넘어 루푸스, 류마티스관절염, 폐섬유화증 등 다양한 섬유화성 자가면역질환에도 응용 가능한 플랫폼으로 평가된다.
조미라 교수는 “질환 초기 면역 반응과 섬유화를 동시에 차단할 수 있는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했다”며 “이번 백신은 단순한 신약을 넘어 자가면역 치료의 패러다임 전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밝혔다. 김선영 기자 글로벌대학팀 globalu@beyond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