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대형마트부터 편의점까지 점령
필리핀 건배 문화 타가이와 어우러져
함께 마시는 술, 친숙한 브랜드 인식
유통업체 K&L, 연 15% 이상 판매량↑
지난 18일(현지시간) 필리핀 대표 도매형 할인점 ‘퓨어골드(Puregold)’에서 현지인들이 하이트진로의 소주를 구매하고 있다./신용승 기자=마닐라(필리핀)
[마닐라(필리핀)=비욘드포스트 신용승 기자]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어~허 어~허’! 블랙핑크 로제 덕분에 소주를 알게 됐습니다. 진로의 부드러운 맛에 반했는데, 필리핀 전역에서 편하게 구매할 수 있어 지인들과 애용 중입니다.”
필리핀 마닐라. 체감온도 40도에 내리쬐는 햇볕과 지프니로 가득 찬 도로 풍경은 이국적이다. 하지만 대형마트부터 외식 매장까지 초록색 소주 병만큼은 익숙하다.
기자는 지난 18~19일(현지시간) 이틀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하이트진로의 소주 현지 유통망을 살폈다. 한 마디로 표현하면 ‘365일 24시간 구매 가능’이다.
필리핀 마닐라에 위치한 몰 오브 아시아(Mall of Asia) 내 '하이퍼 마켓'(hyper market) 매대에 하이트진로의 소주가 진열돼 있다./신용승 기자=마닐라(필리핀)
필리핀 마닐라에 위치한 편의점 세븐일레븐 매대에 하이트진로의 소주가 진열돼 있다./신용승 기자=마닐라(필리핀)
필리핀 대표 도매형 할인점 ‘퓨어골드(Puregold)’부터, SM 슈퍼마켓, 회원제 창고형 할인 매장인 S&R 멤버십 쇼핑(Membership Shopping), 전국 약 4000여개 매장을 보유한 편의점 세븐일레븐(7-Eleven)까지 소주를 만나볼 수 있다.
필리핀 일상 속에 진로가 스며든 것이다. 필리핀에는 한국의 건배 문화와 유사한 ‘타가이(Tagay)’가 있다. 타가이는 한 잔의 술을 여러 사람이 돌려가며 나눠 마시는 사교적 음주 방식이다. 진로의 브랜드 정체성인 ‘함께 마시는 술’과 타가이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현지 소비자에게 친숙한 브랜드로 인식되는 중이다.
중산층이 주로 방문하는 퓨어골드 파라냐케점 매장에서는 한국의 대형마트와 견줄 만큼 다양한 진로와 과일리큐르 제품군이 주류 코너 중심에 진열돼 있었다. 소주 매대 곳곳이 비어 있었고 장바구니에 소주를 담는 현지인을 보니 필리핀은 진로에 진심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안드레아(Andrea, 21세)’씨는 “필리핀에 흔한 40도짜리 현지 술들에 비해 진로는 훨씬 부드럽다”며 “마셨을 때 심신적으로 안정되는 느낌을 받고 다음날 숙취도 덜해 소주를 선택한다”고 말했다.
소주의 인기만큼 하이트진로는 현재 마닐라 지역에서 6명의 MD 직원을 운영 중이다. 마트와 편의점 등 가정 시장을 순회하며 하이트진로 제품 진열 상태와 클레임, 시장 변화 사항들을 파악해 피드백을 시행하고 있다.
마리 필 레예스(Marie Phil Reyes, 42세) 퓨어골드 하이트진로 필리핀법인 MD는 “K-드라마와 K-팝의 영향으로 현지 소비자가 소주에 관심을 가진다”며 “드라마를 보며 삼겹살과 소주 문화를 접한 소비자가 많고, 실제로 마셔본 이후 만족도가 높아지며 자연스럽게 소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하이트진로의 모델인 아이유에 대한 현지 인지도도 높아 한류에 기반한 소주의 확산 효과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강정희 K&L 대표(오른쪽 두번째)가 필리핀 마닐라에 위치한 K&L 본사에서 2018년부터 연간 15% 이상 소주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신용승 기자=마닐라(필리핀)
현지 한인 주류 납품 업체 K&L 본사에서 만난 강정희 대표는 “선대 대표인 아버지가 30년 전 회사를 설립할 때 필리핀에 소주가 한 병도 없었다”면서 “한인 교포와 관광객이 늘어나며 소주에 대한 인지도가 생겼고, 하이트진로 필리핀 법인이 설립된 이후 유통망 확대와 성공적인 마케팅으로 2018년부터 연간 15% 이상 꾸준히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필리핀 마닐라에 위치한 K&L 본사 창고에 하이트진로의 소주가 적재돼 있다./신용승 기자=마닐라(필리핀)
지난 19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에 위치한 K&L 본사 창고에서 현지 직원이 하이트진로의 소주를 트럭에 싣고 있다./신용승 기자=마닐라(필리핀)
본사 바로 옆에 마련된 창고에서는 수두룩하게 쌓인 진로 박스를 볼 수 있었다. 현지 근로자들은 필리핀 전역에 유통될 진로를 트럭에 실어 나르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필리핀 판 코스트코인 S&R 멤버십 쇼핑에서도 진로는 고객들을 사로잡았다.
지난 19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에 위치한 회원제 창고형 할인 매장인 S&R 멤버십 쇼핑(Membership Shopping)에 마련된 진로 시음 코너에서 현지인이 시음을 기다리고 있다./신용승 기자=마닐라(필리핀)
진로를 시음해 볼 수 있는 코너에선 현지인 회원들이 줄을 서 있었다. 참이슬 오리지널을 시음한 얼윈(Erwin, 43살)씨는 “평소 혼자 소주를 마실 때 S&R에서 4본입 제품을 구매하는 편”이라며 “친구들과 함께하는 이벤트에는 한 박스(20본입)를 구매한다”고 밝혔다. 바텐더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얼원씨의 소주 사랑은 2014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에 위치한 회원제 창고형 할인 매장인 S&R 멤버십 쇼핑에서 니코(Nico, 35살) S&R 시니어 바이어(Senior Buyer)가 현지 소주 인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신용승 기자=마닐라(필리핀)
S&R 시니어 바이어(Senior Buyer)인 니코(Nico, 35살)씨는 “K-팝 팬들과 한국 드라마 시청자들의 소주 구매 비중이 높다”며 “필리핀 내 K-컬쳐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에 지속적인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S&R은 B2B 사업자 회원 비중이 높기 때문에 도매상, 소형 슈퍼마켓, 외식업자들이 대량 구매하는 경우도 많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는 “단순한 제품 수출을 넘어 현지화된 브랜드로 문화와 감성을 전하는 현지인들의 동반자가 되고자 한다”며 “주류산업을 통해 시간과 공간 그리고 문화를 만들어 소비자가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필리핀 시장의 현지화 성공 사례를 토대로 향후 아세안 전역에서 진로(JINRO)의 존재감을 확장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