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인덱스 기준으론 10.2% 떨어져...트럼프의 상호관세 영향과 이로 인한 달러 회피 심리 영향
[비욘드포스트 이성구 전문위원] 올해 미국 달러화 가치가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과 이로 인한 달러자산 회피 현상으로 2017년 이후 최대 연간 하락 폭을 기록할 전망이다.
올해 달러화가치가 주요국 통화대비 9.5% 하락하며 2017년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EPA, 연합뉴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0일(현지시간) 달러화 가치가 올해 주요 통화 대비 9.5%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유로화 가치는 반대로 같은 기간 14% 가깝게 급등해 2021년 이후 최초로 1유로당 1.17달러선을 넘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연초 109선을 유지했으나 올해 장 마감 하루를 앞둔 현재 97.972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달러인덱스 기준으론 하락폭이 10.2%에 달했다.
FT는 트럼프 대통령의 고강도 관세로 주요국 경제가 큰 혼란을 겪으면서 미 달러화 가치가 15% 급락했다가 일부 회복세로 돌아섰지만, 올해 9월 미국이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하면서 다시 하방 압력이 강해졌다고 짚었다.
美연준은 내년에도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유럽중앙은행 등 다른 나라 통화 당국이 반대로 금리를 동결하거나 인상하는 상황과 맞물려 약달러 흐름을 더 부채질할 것으로 다수의 시장 참가자는 보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 기준으로 올해 10.2%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자료=인베스팅닷컴
특히 유로화가 내년 말 1유로당 1.20달러 고지를 넘고, 영국 파운드화는 현재 1파운드당 1.33달러에서 1.36달러로 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유럽계 금융 그룹 ING의 제임스 나이트리 수석 국제 이코노미스트는 FT와의 인터뷰에서 "미 연준은 글로벌 중앙은행의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여전히 강경한 통화완화 모드에 머물러 있다"고 했다.
내년 초 트럼프 대통령이 '충성파' 연준 의장을 지명할지도 달러 약세의 방향을 정할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제롬 파월 현 연준 의장은 내년 5월 임기가 끝나며, 현재 유력한 차기 의장 후보로 꼽히는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으로 평가되며 무리한 금리인하를 강행할 공산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나이트리 이코노미스트는 차기 연준 의장이 자칫 본능적 판단에 따라 결정을 내릴 경우 한층 더 개입주의적이며 공격적 금리인하 성향을 보일 수 있다면서, 시장이 이런 개연성에 긴장하는 형국이라고 전했다.
전직 미 재무부 관료이자 싱크탱크 OMFIF 의장인 마크 소벨은 "트럼프 대통령이 달러 패권의 근간을 훼손하는 과정은 매우 천천히, 장기적으로 진행되겠지만, 이는 시장 참가자들에게 여전히 심리적 압박이 되고 있다"고 평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달러 약세가 꺾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인공지능(AI) 붐 덕에 내년에도 미국 경제가 유럽보다 더 빨리 성장하면서 연준이 금리를 낮출 여지가 크게 제한될 것이란 설명이다.
단 많은 시장 분석가는 미국의 지속적인 호황이 바로 달러화 가치의 반등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적 불확실성이 여전한 탓에 외국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에 투자할 때 파생금융상품 거래로 달러화에 대한 헤지(위험분산)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헤지가 늘면 달러화 가치는 하방 압박을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