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폭마누라’·‘그대안의 블루’ 제작한 문화예술 전문가…축제 기획·총괄로 무대 넓혀
오곡나루축제 ‘낮과 밤’ 콘텐츠 혁신…남한강·도자기·먹거리 연결, ‘여주만의 관광’ 구축
‘여주골목대빵축제’로 지역 맛과 골목경제까지 문화콘텐츠화…"고향의 정서 경쟁력으로"
이순열 여주세종문화관광재단 이사장은 "앞으로의 재임 3년은 여주의 가능성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관광 경쟁력으로 완성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인호기자
여주=비욘드포스트 송인호 기자 영화와 도시의 축제는 사람을 모으는 이야기와 기억에 남는 장면, 마음을 움직이는 연출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닮았다. 이순열 여주세종문화관광재단 이사장은 영화 제작 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감각으로 여주의 문화관광에 새로운 이야기를 입히고 있다.
여주시 흥천면 출신인 그는 문화예술 전문가다. 30여년간 ‘조폭마누라’ 시리즈, ‘그대 안의 블루’, ‘홀리데이’ 등의 제작에 참여했고 대학에서 예술경영을 가르치며 후학을 길렀다.
그의 시선은 스크린에서 고향 땅으로 확장됐다. 중심에는 남한강이 있다. 사람과 물자가 오가던 나루의 기억에 신륵사와 세종대왕, 여주쌀과 고구마, 도자기와 전통시장을 연결해 여주만의 서사를 만드는 것이다.
밤까지 이야기가 이어지는 오곡나루축제와 골목의 사연을 먹거리로 풀어내는 ‘여주골목대빵축제’에는 이러한 영화적 상상력이 담겼다. 방문객은 구경하는 관객을 넘어 공간 속에서 이야기를 완성하는 주인공이 된다.
여주 고향으로 돌아온 영화인은 이제 남한강과 골목에서 ‘여주에서만 가능한 장면’을 찾는다. 문화와 관광, 역사와 먹거리, 강과 사람을 엮어 도시 자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만드는 것. 이 이사장이 그리는 여주의 다음 장면이다.
이충우 여주시장과 이순열 여주세종문화관광재단 이사장이 함께 하고있다. /여주시
◇"지난 4년이 가능성을 발견한 시간이라면, 앞으로 3년은 완성의 시간"
이순열 이사장은 지난달 29일 이충우 여주시장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아 여주세종문화관광재단 제2대 이사장으로 연임하면서 새로운 임기를 시작했다.
그가 제시한 향후 3년의 방향은 분명하다. ‘세종의 도시 여주’를 기반으로 한 차별화된 도시 브랜드 구축, 문화예술과 관광자원이 서로 성장을 견인하는 문화관광 동반성장, 그리고 부서 간 협업과 실행력을 높이는 전문조직 구축이다.
이 이사장은 "지난 4년이 여주가 가진 가능성을 발견하고 하나씩 확인해 온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3년은 그 가능성을 여주만의 경쟁력으로 완성하는 시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와 관광의 긴밀한 연계를 강조하며 문화가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관광객의 소비가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그 성과가 다시 지역 문화예술 생태계에 투자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재단의 역할이라고 본다.
오곡나루축제의 주인공인 남한강과 여주의 이야기. /여주세종문화관광재단
◇"오곡나루축제의 주인공은 결국 남한강과 여주의 이야기"
대표적인 시험대가 ‘여주오곡나루축제’로 올해 축제는 오는 23일부터 25일까지 신륵사 관광지 일원에서 열린다.
특히 야간 프로그램을 강화해 낮부터 밤까지 머무르는 체류형 축제로의 전환을 시도한다.
신규 콘텐츠 ‘나루난장’은 조선시대 나루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평상과 주막을 중심으로 낮에는 옛 나루터의 정취를 느끼게 하고 밤에는 음악과 공연, 관광객이 한데 어우러지는 난장으로 공간의 성격을 바꾼다.
‘여강괴담 : 조선의 밤’도 처음 선보이며 여강에 얽힌 괴담을 바탕으로 관람객이 미션을 수행하며 이야기에 직접 참여하는 체험형 콘텐츠다.
이와함께 쌍용거 줄다리기와 불꽃연희, 바우덕이 줄타기, 여주 본두리 전통 낙화놀이 등도 남한강의 밤 풍경과 결합한다.
이 이사장은 축제의 경쟁력은 규모보다 "그 도시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전국 어디를 가도 비슷한 무대와 비슷한 프로그램을 만난다면 굳이 여주까지 와야 할 이유가 없다"며 "여주에는 남한강이 있고 나루의 역사가 있다. 오곡이 있고 사람들이 살아온 이야기가 있으며 그것을 오늘의 감각으로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중요한다"고 했다.
이순열 여주세종문화관광이사장. /송인호 기자
◇영화 제작의 경험을 축제에…"관객은 장면과 이야기를 기억한다"
영화 제작자로 살아온 경험은 그의 축제 철학에도 영향을 미쳤다. 영화에는 시나리오와 배우, 미술, 음악, 촬영, 편집이 필요하고 어느 하나만 뛰어나다고 좋은 작품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축제도 마찬가지라는 것이 그의 생각으로 공간과 공연, 먹거리, 동선, 조명, 관광객의 참여, 지역 상인의 역할까지 서로 맞물려야 비로소 하나의 완성된 경험이 된다.
특히 그는 ‘장면’을 중요하게 본다. 관광객이 축제장을 떠난 뒤 무엇을 기억하게 할 것인가. 사진 한 장을 찍어 SNS에 올릴 때 그 배경만 보고도 여주임을 알 수 있는가. 공연을 본 뒤 다시 여주를 찾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가. 영화 제작자 출신다운 질문이다.
이순열 이사장은 "영화도 관객에게 모든 장면이 기억되는 것은 아니라면서 결정적인 한두 장면이 작품 전체를 기억하게 하다. 축제 역시 관광객의 머릿속에 남는 장면이 있어야 하고 저는 그 장면이 남한강과 여주의 역사, 여주 사람들의 삶에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확언했다.
'여주골목대빵축제’포스터. /여주시
◇‘여주골목대빵축제’…맛을 넘어 골목의 기억을 콘텐츠로
이순열 이사장의 문화관광 구상에서 눈길을 끄는 또 하나의 축은 ‘맛’으로 ‘여주골목대빵축제’는 지역의 음식과 골목, 상권을 축제라는 문화콘텐츠로 연결하려는 시도다.
지역 먹거리 축제가 성공하려면 누가 만들었는지, 그 가게는 골목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자리를 지켰는지, 음식에는 어떤 지역의 기억이 담겼는지를 함께 보여줘야 한다. 그는 "음식은 가장 강력한 관광 콘텐츠 가운데 하나"라며 "여행을 마친 뒤에도 사람들은 그 지역에서 먹었던 한 끼와 골목의 분위기를 오래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오곡나루축제와도 연결된다. 여주쌀과 고구마를 비롯한 농특산물이 단순한 판매상품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역사와 사람을 설명하는 관광자원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골목의 맛과 남한강의 풍경, 농촌의 생산자와 도심의 상권이 서로 연결될 때 관광의 경제적 효과 역시 지역 안에서 더 오래 순환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보라색 우산을 쓴 관광객들이 남한강 출렁다리를 건너고 있다. /여주세종문화관광재단
◇"남한강은 여주 관광의 배경이 아니라 하나의 무대"
이 이사장은 남한강을 바라보는 관점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강을 단순히 아름다운 자연경관이나 축제의 배경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여주 관광의 핵심 무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륵사 관광지와 강변 공간, 나루의 역사, 수변 야간경관, 공연과 축제 등을 연결하면 남한강은 계절마다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지는 문화 플랫폼이 될 수 있다.
특히 야간 콘텐츠 강화는 체류시간과 직접 맞닿아 있다. 관광객이 오후에 축제장을 둘러보고 저녁 전에 떠나는 구조와 저녁을 먹고 야간 공연까지 관람한 뒤 숙박하는 구조는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에서 차이가 크다.
올해 오곡나루축제의 ‘나루난장’과 ‘야간연희’, ‘여강괴담’은 그래서 단순한 프로그램 추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는 "여주에 와서 남한강을 보고 한두 시간 머물다 가는 관광이 아니라 강을 따라 걷고 음식을 먹고 공연을 보고 골목을 찾으며 하루를 보내는 관광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관광객의 시간을 여주 안에 머물게 만드는 것이 중요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순열 여주세종문화관광재단 이사장은 "고향 여주를 하나의 거대한 무대로 바라보고 있다"며 "남한강은 스크린이 되고 세종과 나루의 역사는 시나리오가 되며 여주의 골목과 음식은 장면을 채우고 그곳을 살아가는 시민과 관광객은 이야기를 완성하는 주인공이 된다고 말했다. /송인호 기자
◇"축제는 끝나는 날이 아니라 다시 찾아올 이유를 만드는 일"
이순열 이사장이 그리고 있는 문화관광도시는 좋은 축제를 경험한 관광객이 다음 계절에 다시 찾아오고 오곡나루축제를 찾은 사람이 골목으로 이동하며 남한강을 찾은 관광객이 도자기와 세종대왕을 만나고 그 소비가 지역 상인과 농민, 예술인에게 돌아가는 그런 곳이다.
그는 "축제의 성공을 행사 기간 방문객 숫자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면서 "사람들이 다시 찾아오는지, 지역의 상권과 관광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시민과 지역 예술인이 얼마나 참여했는지까지 살펴야 진정한 문화관광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다"고 잘라 말했다.
영화인으로 수많은 이야기를 스크린에 올렸던 그는 이제 고향 여주를 하나의 거대한 무대로 바라보고 있다. 남한강은 스크린이 되고 세종과 나루의 역사는 시나리오가 되며 여주의 골목과 음식은 장면을 채우고 그곳을 살아가는 시민과 관광객은 이야기를 완성하는 주인공이 된다.
이순열 이사장은 "여주는 이미 좋은 자원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이것들을 어떻게 연결하고 여주만의 이야기로 만들어 사람들이 다시 찾아오게 하느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화와 관광이 함께 성장하고 그 성과가 지역경제와 시민의 삶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가겠다"며 "앞으로의 3년은 여주의 가능성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관광 경쟁력으로 완성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영화에서 축제로, 스크린에서 남한강으로 무대를 옮긴 이순열 이사장. 그의 다음 작품은 어쩌면 영화가 아니라 ‘여주’라는 도시 그 자체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