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증시 비중 24.9%로 여전히 목표치(20.8%) 웃돌아...리밸런싱 과정서 대규모 매도 물량 쏟아질 우려
[비욘드포스트 이성구 전문위원] 국민연금 기금 적립액이 한 달 만에 181조 원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 하락에 따른 평가이익 축소지만, 국내주식 보유 비중이 목표치를 크게 웃돌고 있어 향후 자산 재배분(리밸런싱) 과정에서 대규모 매도 물량이 쏟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 적립액이 국내주식에서 7월말 기준 한달만에 23%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 기금 적립급 추이. 자료=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7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공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국민연금 기금자산은 1684조 1730억 원으로 집계됐다.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6월 말(1865조 5760억 원)보다 9.7%(약 181조 4000억 원) 줄어든 수치다.
감소분의 대부분은 국내주식 평가액 하락에서 비롯됐다. 국내주식 자산은 543조 2040억 원에서 418조 5580억 원으로 한 달 새 124조 6460억 원(22.9%)이나 증발했다. 해외주식(약 37조 원 감소)과 기타 자산(약 19조 4000억 원 감소)에 비해 감소 폭이 훨씬 컸다.
이에 따라 연초 이후 기금 수익률 역시 6월 말 27.22%에서 7월 말 14.84%로 반토막 났다. 다만 실제 손실 확정이 아닌 미실현 평가이익 감소분으로, 연초 대비로는 여전히 약 226조 원 증가한 상태다.
문제는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자산 비중이 기금운용위원회의 목표 가이드라인을 여전히 크게 초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5월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종전 14.9%에서 20.8%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그러나 상반기 코스피 강세 속에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은 6월 말 29.1%(장중 한때 29.4%)까지 폭등했다. 7월 급락장을 겪은 후에도 24.9%로, 여전히 목표치(20.8%) 대비 4.1%포인트 높다.
원칙상 국민연금은 자산 간 균형을 맞추기 위해 초과된 국내주식을 순매도하거나 다른 자산을 매입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이 비중 축소에 나설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주를 중심으로 시장에 막대한 매도 압력이 가해질 수밖에 없다.
이달 공개될 국민연금의 8월 운용 현황에서 국내주식 비중을 얼마나 줄였는 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기형적인 포트폴리오 구조는 채권 및 금융시장 전반으로도 불똥이 튀고 있다. 7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채권 비중은 16.8%로 목표치인 23.1%에 한참 못 미친다. 금액 환산 시 약 106조 원이나 부족하다. 국내주식 편중으로 국채 매수 여력이 줄어들면서 국채 금리 상승(채권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이는 시중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 등 가계 부담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에서는 이달 중순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 완료 시점과 이달 말 공개될 국민연금의 '8월 운용 현황'을 핵심 수급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오는 12월 예정된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국내주식 투자 비중을 재조정할지 여부에도 금융투자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