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대한항공 출범 한 달 앞두고 호반그룹, 한진칼 지분 늘려...경영권 분쟁 재 점화되나
[비욘드포스트 이성구 전문위원] 호반그룹이 국적항공사 대한항공 모회사 한진칼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통합 대한항공 출범을 불과 한달여 앞두고 경영권을 둘러싼 경쟁이 격화될 가능성에 관련주들이 급등 중이다.
호반그룹이 한진칼 최대주주로 기업결합을 신고했다는 소식에 한진칼과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이 2일 큰 폭으로 급등중이다. 자료=호반그룹 로고, 호반그룹,
2일 재계에 따르면 호반그룹은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에 한진칼의 최대주주변경을 목적으로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기존 양측의 지분율 차이는 약 0.4%포인트(조원태 회장 및 특수관계인 20.56%, 호반건설 등 20.15%)였는데, 호반그룹은 8~9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기존 격차보다 더 많은 지분을 추가로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는 30일이 소요된다. 사안에 따라 최대 90일까지 연장할 수 있다.
이같은 소식에 한진칼과 아시아나항공은 8% 넘게, 대한항공은 7% 넘게 급등중이다. 대한항공은 외인과 기관이 동시 순매수중이다.
이에 대해 한진칼측은 향후 한진칼 최대주주 관련 구체적인 사항이 확인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호반그룹은 계열사를 동원해 한진칼의 지분율을 끌어올리는 추세였다. 호반건설과 호반호텔앤리조트를 통해 한진칼의 지분을 확보했던 호반그룹은 올해 중순 호반과 호반산업을 통해 지분을 추가 매집해 조원태 회장 측과의 지분격차를 줄여왔다.
통합 대한항공 출범을 한달 앞두고 호반그룹이 한진칼 지분을 늘려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자료=한진칼 제공
일단 조원태 회장 측은 호반그룹에 지분율 역전을 허용했지만, 당장 한진칼의 경영권이 넘어간다고 여기기는 어렵다. 조 회장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0.5%인데, 조 회장 측의 가장 강력한 우군으로 평가받는 델타항공이 14.9%를 보유하고 있다. 대항항공과 델타항공은 고(故) 조양호 회장 시절부터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2000년 항공사 동맹인 스카이팀 창립을 주도할 정도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과거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당시에도 조 회장의 가장 든든한 우군의 역할을 한 곳이 델타항공이다.
호반그룹이 조 회장 및 델타항공의 합산 지분율을 뛰어넘기 위해선 앞으로 15% 이상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유통주식수를 고려하면 장내 매집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지분 매집 경쟁이 심화하면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해 자금 부담이 커진다는 점,분쟁이 종식됐을 때 기업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할 수 있단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 가운데 산업은행 지분은 가장 큰 변수다. 산업은행은 현재 한진칼의 지분 10.58%의 지분을 보유한 주요주주이다. 한진칼과의 투자합의서를 통해 사전협의권과 동의권을 보유하며 그룹 경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진칼의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도 주요 캐스팅보트 중 하나다. 국민연금은 올해 3월 조원태 회장의 이사 선임과 대한항공 우기홍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모두 반대표를 행사한 전례가 있다. 재직 기간 중 기업가치를 훼손하거나 주주권익을 침해한 사안에 대해 충분한 감시의무를 수행하지 못했단 판단에서다. 내년 주총에도 같은 입장이 반복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