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한장희 기자] 지난 19일 찾은 그랜드 하얏트 인천 호텔. 평화 실현과 전쟁 종식을 위해 4일간 펼쳐지는HWPL 9·18 평화 만국회의 제9주년 기념식이 열리는 메인 현장이다.
이곳에서는 전날 행사 시작을 알리는 기자회견과 세계 전·현직 대통령 등 국가원수급 인사 등 국내외 인사 1000여 명이 참석한 2023 HWPL 지구촌 평화 지도자 콘퍼런스 등이 열렸다.
이번 행사에 참석하는 국내외 인사가 머무는 숙소도 같은 장소다. 이들의 건설적인 발제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머물 장소와 원활한 회의가 이뤄질 수 있는 효율적인 환경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만큼, 이번 행사의 성공의 척도는 호텔과의 소통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에 HWPL은 이러한 중요성을 감안해 호텔대관집기부를 만들어 호텔과의 모든 소통을 맡겼다. 주최 측인 HWPL과 이번 행사가 치러진 그랜드 하얏트 인천 사이 ‘조율의 통로’ 역할을 한다.
현장을 찾았을 때도 HWPL 호텔대관집기부는 호텔 측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보다 더 나은 행사 여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HWPL에 따르면 호텔대관집기부 업무의 시작은 원하는 행사 기간에 대관이 가능한 호텔을 찾는 것부터다.
제일 중요한 건 HWPL의 메인 행사인 ‘지구촌 평화 지도자 콘퍼런스’가 열릴 수 있는 홀을 찾는 것. 10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홀을 갖춘 호텔 중, 행사 기간 내내 대관이 가능한 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렇게 대관이 결정되면 호텔 측과 세부 업무 조율이 시작된다. 인사들이 사용할 객실을 확보하고 주차장 사용 가능 범위와 대수 등을 확정한다.
HWPL 각 부서에서 필요한 집기나 기자재 등을 알려주면 호텔 측에 전달하고, 구체적인 활용 가능 여부와 범위를 확인하는 일도 한다.
언뜻 보기에 ‘회의장만 대관하면 되겠구나’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회의가 많은 날은 하루에도 10여 개 세션이 호텔 곳곳에서 진행되고 관련 부서만 수십 곳이다. 사전 조율을 통해 장소를 배분하지만 현장에서 생기는 변동도 적지 않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무전이 들어왔다. 한 대관 담당자의 노트북 모니터 창에는 ‘방이 더 필요한데 웨스트타워 지하 1층 3번 룸 써도 되는지 확인 바랍니다’, ‘봉사자들 이동해서 대기할 방이 모자라다고 합니다’ 등의 메시지들이 떠 있었다. 메시지 확인이 늦어지자 담당자를 찾아오는 봉사자들도 있었다.
한 봉사자는 “어느 부서든 다 그렇듯이 ‘조율’이라는 것이 쉽지 않은 부분이다. 그러나 우리가 HWPL 각 부서의 업무 장소를 원활하게 분배하고 조율하는 일이 평화롭고 건설적인 회의를 만드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호텔과 HWPL 사이를 조율하는 부서가 있다면, 해외에서 입국하는 인사들과 호텔 사이의 모든 일을 책임지는 부서도 있다.
객실부는 인사들이 공항에서 내려 호텔에 오는 순간부터 체크아웃 후 호텔을 떠나기까지 모든 순간을 책임진다. 체크인 안내, 자체적인 컨시어지 운영과 각종 키트 전달, 숙박 과정에서 생기는 크고 작은 애로사항도 처리한다.
행사장이자 해외 인사들의 숙소인 호텔을 찾았을 땐, 대부분의 인사들이 모두 입국 및 호텔 체크인까지 마친 상태여서 분주하지 않았지만, 지난 17일 600여명의 인사들이 입국했을 때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면서도 객실부 봉사자들은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
힘들지 않았냐는 물음에 “몸은 좀 고됐지만, 평화를 위해 먼 이국 땅에서 한국을 찾아 준 인사들이 고맙고 감사하다”며 “그 분들이 행사 기간 동안 편안하게 계시다 고국에서 평화의 일을 하신다면 우리는 그걸로 됐다”고 답했다.
객실부 팀장도 “우리 객실부는 ‘평화를 위한 첫걸음을 환영한다’는 의미의 격식 있는 환영 인사를 건넨 후 체크인을 안내한다”고 소개했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뒤늦게 입국한 인사들이 셔틀버스에 탑승했다는 무전이 오자 여성 스텝들은 깔끔하게 정돈된 묶음머리를 서로 확인해주며 인사들을 기다렸다. 이번 봉사를 위해 해외에서 입국했다는 한 HWPL 회원도 옷깃에 달아 둔 배지를 다시금 확인한 뒤 넥타이를 고쳐 맸다.
회전문이 돌아가고 인사들이 천천히 입장하자 이들은 한목소리로 “Welcome to Korea!” 하고 인사말을 건네며 환한 웃음으로 손을 흔들었다. 비록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눈빛과 손짓에서 반가움과 따뜻함이 느껴졌다.
생각지 못한 환영에 인사들은 잠시 놀라움을 표하다가 이내 함께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환대에 박수로 화답하고 감사를 표하는 사람, 가슴에 손을 올리고 가볍게 목례를 건네는 사람 등 호텔 로비에 활기찬 분위기가 가득했다.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 핸드폰을 높이 들고 객실부 봉사자들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는 인사도 있었다. 객실부 봉사자들은 카메라를 향해 더 환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손을 흔들었다.
이후 봉사자들은 사전에 준비한 리스트에 따라 호텔 카드키를 배분하고 키트를 나눠주는 일에 돌입했다. 한꺼번에 많은 인사가 들어와 북적거리는 와중에도 정확한 분배와 확인이 이뤄졌다.
객실부 봉사자 교육 담당자는 “이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3달 전부터 자세와 인사는 물론이고 호텔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 체크인부터 체크아웃까지의 과정과 기타 긴급 상황 등에 대한 대처 교육을 진행했다”면서 “자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영어로도 답변할 수 있도록 예상 질의응답을 만들고 암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인사들이 모두 객실로 올라간 이후에도 봉사자들은 통역의전 봉사자들을 통해 인사들이 불편한 점은 없는지, 필요한 용품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한 객실부 봉사자는 “이미 체크인을 하고 객실로 올라갔던 인사가 통역의전과 함께 다시 객실부 컨시어지로 내려와 ‘여러분이 이 공간을 파라다이스(Paradise)로 만들었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며 “그 말을 하기 위해 우리를 찾아준 것도 감동이지만, 그보다 이번 행사에서 우리가 인사들에게 잠시나마 평화를 체험하게 했다는 데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