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은 이태리의 기호학자이자 작가 움베르토 에코가 잡지에 발표한 칼럼들을 모은 에세이집입니다. 2016년 그가 죽고 나서 출판됐는데 결국 유작이 된 셈입니다. 이 책에는 2011년에 쓴 ‘늙은이들이 살아남는 법’이라는 글도 실려 있습니다.
“노인들은 점점 더 많아지고 더 오래 살며 이들의 연금과 생활보조금을 책임질 젊은 세대는 줄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노인들을 죽이는 수밖에 없다. 나치가 유대인을 색출해 처형했듯이 노인을 사냥하는 것이다. 이에 맞서 노인들이 살아남는 방법은 전쟁을 일으킨 뒤 자식과 손자들을 내보내 모두 죽이는 것이다. 그 후엔 누가 노인들의 연금을 댈까? 제3세계 저임금 노동자들의 이민을 대거 받아들이면 된다. 그러면 옛날 인도나 중앙아프리카의 영국 식민지처럼 돈 많은 백인 노인들이 종을 부리며 안락하게 사는 나라가 된다.”
에코가 79세에 쓴 이 끔찍한 유머(?)는 세계에서 출생율이 가장 낮고 가장 빠르게 초고령사회로 진입 중인 우리나라에 던지는 경고로 들립니다. 노인 부양에 대한 부담이 심화되는 사회에서 젊은이들은 노인들을 없애려 하고, 노인들은 이에 반발해 전쟁을 일으켜 젊은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다는 것입니다.
돈이 많은 가치들을 몰아내고 모든 것의 중심에 우뚝 서버린 지금 노인문제라고 비켜갈 순 없습니다. 다른 외피를 두르고 있어도 결국은 ‘돈 문제’입니다.
상황이 이런데 우리는 내년으로 다가온 초고령사회 문제를 너무 소홀하게 여기는 것 같습니다. 그보다는 조금 더 먼 미래의 일인 기후변화나 에너지 문제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이건 개인의 노력만으로 풀기 어렵습니다. 사실 정치의 책임이 가장 크지만 정치인들에게는 인구문제도 투표로 연결될 때만 의미가 있으니 그들에게 해법을 기대하는 것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에 비하면 과학은 노인의 건강과 수명 연장문제를 하나씩 해결해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과학도 결혼을 꺼려하는 세태와 아이를 낳지 않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늙어가는 나라가 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