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김형운 기자]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지난 6일 서울에서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과 대담을 갖고 우리나라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했다.
김 교수는 '사랑이 있는 교육이 세상을 바꾼다'는 울림이 있는 고견을 내면서 교육자로서 스스로 성장하는 것이 미래세대 도약을 이끌어내는 밑거름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2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임 교육감은 지난 6일 서울 모처에서 김 교수와 약 2시간 가량 만나 미래교육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이번 만남은 임 교육감이 현직 교육감으로서 원로 철학자인 김 교수에게 혜안이 담긴 진솔한 조언을 구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로 시종 사랑이 담긴 교육이 화두가 됐000다.
임 교육감이 어떻게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올바른 교육인지 자문을 구하면 원로 철학자인 김 교수가 답하는 형식으로 대담이 꾸려졌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지난 6일 서울에서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과 대담을 갖고 우리나라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했다.(사진=뉴시스)
김 교수는 "학교 교육이 선생님에게 어떤 변화를 주셨느냐"라는 임 교육감의 질문에 "사랑이 있는 교육이 세상을 제자들에게 바꾸게 한다"고 사랑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학생들은 선생님만큼 자란다"며 "'내가 성장하는 것만큼 제자들을 성장하게 도와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내가 경험해보니까 선생님 자신을 위해 가장 좋은 자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제일 자랑스러운 건 제자들이 다 나보다 좋은 일 하고, 사회에서 존경받는 사람이 됐을 때"라며 "나 자라는 것만큼 내 제자들도 자라게 해주는 것이 교육자의 사명"이라고 이어갔0다.
임 교육감이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세상을 살아갈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에 김 교수는 "학부모들이 자신이 키우고 싶은 대로 자꾸 (아이들을) 키우려고 하는데 그렇게 하지 말고 살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이같은 자세를 교육자에게도 주문했다. 그는 "초등학교를 예로 들면 1, 2, 3학년 때는 보호해주고 4, 5, 6학년 때부터는 선생과 제자가 함께 가서 상담과 의논을 해주고 중학교 즈음 갔을 때
는 조금씩 제자들을 앞세우고 뒤에서 뒷받침해줘서 고등학교 교육까지만 키우면 괜찮을 것"이라고 사례를 소개했다.
이어 "나무가 자라면서 굽으면 재목 구실을 못 한다"며 "보호해준다고 하는 것, 같이 가준다고 하는 것은 바르게 자라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 교육감은 정부가 교육예산을 경제논리로 대하는 태도와 관련해서 "교육비를 줄여가지고 그 나라에 무슨 미래가 있나"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에 김 교수는 "후진국가일수록 규정과 제도를 먼저 만들고 교육이 그 속에 끼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선진국가에 가게 되면 교육은 행정의 대상이 아니다"면서 "교육은 그 사람에게 자기 인격적 가치를 끝까지 찾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것으로, 교육은 목적이지 수단이 아니다. 그걸 우리 행
정부가 좀 많이 느껴야 할 것 같다"고 이어갔다.
김 교수는 "우리 교육계에 전해주고 싶은 말씀을 해달라"는 임 교육감 요청에 "내가 자라는 것만큼 우리 공동체 교육이나 나라가 자란다는 생각을 조금씩 더 나눠가지고 살면 좋지 않을까"라고 주문했다.
임 교육감은 대담을 마치면서 김 교수에게 "학생과 학부모, 선생님들에게 다 소중한 말씀을 줬다"며 "말해준 방향대로 사랑이 있는 교육이 실천되도록 교육감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대담을 마무리했다.
도교육청은 두 사람이 나눈 대담을 약 17분 분량으로 요약한 영상을 도교육청 유튜브 채널에 게재했다.
김 교수는 1920년 평안북도 운산에서 태어나 평안남도 대동군 송산리에서 자랐다. 도산 안창호(1878∼1938년) 선생의 설교를 듣고, 윤동주(1917~1945) 시인과 동문수학했다.
고향에서 해방을 맞이했고, 1947년 탈북해 이후 7년간 서울중앙중고등학교의 교사와 교감으로 일했다.
1954년 연세대 철학과 교수로 강단에 선 뒤 31년간 후학을 키웠다. 현재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로, 103세의 나이에도 방송과 강연·집필 등 왕성한 활동을 소화하고 있다.
임 교육감은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국회의원 3선, 고용노동부 장관 등 중앙정부와 정치권을 두루 경험했고 한경대 총장을 4년간 맡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6월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이른바 '진보교육의 산실'로 불리는 경기도에서 보수 성향의 교육감 최초로 민선교육감에 당선돼 경기도 교육을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