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김민혁 기자] 피해자의 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입히는 성범죄에 한층 무거운 처벌을 매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그런 주장이 무색하게 성범죄의 유형은 점차 다양해지고 있기도 하다. 최근 미디어를 타고 보도되는 성범죄 중 건수가 급증한 것으로는 지하철 성추행을 꼽을 수 있다.
사람이 몰려 혼잡해진 지하철 내부에서는 불가피한 신체 접촉이 일어나기도 한다. 특히 직장이나 집으로 향하는 인파가 몰리는 출퇴근길에는 더욱 심해진다. 문제는 이런 때 피의자의 고의로 명백한 성추행을 겪는 피해자도 있는 반면, 어쩔 수 없이 신체가 접촉한 상황에 억울하게 고소당하는 사람도 있다는 점이다.
지하철 성추행 혐의가 인정될 시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 또는 3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재범 확률이 높은 성범죄 특성상 형사 처벌 외에도 여러 보안 처분이 함께 내려진다. 이 말인즉슨 앞으로 사회적이고 경제적인 제재까지 감당해야 한다는 의미다.
사건에 억울하게 연루된 경우에는 추행할 의도가 없었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소명해야 한다. 공중 밀집 장소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범행에는 혐의를 입증하는 객관적인 증거가 따르지 않는 일이 부지기수다. 따라서 유일한 증거가 될 수 있는 진술에 일관성과 신빙성을 더하는 것이 중요하다.
A 씨는 퇴근길 평소와 같이 집으로 향하기 위해 지하철에 탔다. 사람들이 매우 붐비는 시간대였기에 누군가와 몸이 닿지 않도록 노력했다. 그렇게 별다른 문제없이 귀가했다고 생각했으나, 며칠 후 A 씨는 B 씨의 엉덩이를 만져 공중 밀집 장소 추행 혐의로 고발당했다는 수사 기관의 연락을 받게 됐다. 당혹스러운 사정을 들은 변호인은 당시 상황을 확인 가능한 CCTV 자료를 확보했다. 이를 통해 A 씨는 사건 당시 팔짱을 끼고 있었으며, 출퇴근 시간대 대중교통의 특성상 접촉은 불가피할 수 있을지언정 고의적인 신체 접촉은 결코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객관적인 증거를 바탕으로 한 주장 끝에 검사는 A 씨에게 ‘혐의 없음’ 결정을 내렸다.
해민법률사무소 창원 안한진 변호사는 “성범죄 사건에서 수사 기관은 가해자보다 피해자 진술에 비중을 두고 조사하는 경향이 짙다. 그러니 초기 단계부터 형사 전문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억울하게 지하철 성추행의 피의자로 지목됐을 때, 당황스럽고 화나는 마음에 감정을 앞세워 결백을 주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이것은 사건을 해결하는 결과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불가피하게 발생한 신체 접촉으로 인해 오해가 빚어진 상황이라면 자신에게 추행의 고의가 없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무엇보다 홀로 대응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성범죄를 직접 다뤄 본 형사 전문 변호사의 조력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