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는 세상을 감동시키는데 한국정치는 왜 이 모양일까요? 그 중심에는 엘리트 정치인들이 있습니다.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임명됐다가 주변 사람들에게 갑질을 했다는 이유로 낙마한 이는 대통령과 국민에겐 사과하면서 정작 피해를 입은 보좌관들한테는 사과 한 마디 없었습니다. 만약 장관 후보로 임명되지 않았더라면 이런 갑질은 묻혀버리고 평소 보였던 정의롭고 입바른 소리 하는 이미지가 이어졌을 거라고 생각하니 끔찍합니다.
권력욕에 눈이 멀어 당을 아스팔트 극우세력에 갖다 바치고 제 몸 살자고 양심과 정의는 헌신짝처럼 버린 야당 의원들도 혐오스럽긴 마찬가지입니다. 여러 증언과 확실한 증거가 뚜렷한데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변명과 부인으로 일관하던 자들이 법정과 특검 조사실, 국회 청문회장에 섰습니다.
나는 그 자들 대부분이 재판관과 검사, 청문위원과 국민을 의도적으로 속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속으로는 자기가 잘못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 그 정도로 뻔뻔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건 아주 오랫동안 자신은 높은 자리를 차지할 만하고 원하는 건 무엇이든 마음껏 누렸던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서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자유이자 민주주의라고 확신해 온 자에게서나 볼 수 있는 태도입니다.
다시 말해 그 자들은 일부러 남을 속이려고 그 자리에 선 게 아닙니다. 이미 아주 오래 전부터 자기 자신을 속여온 사람들입니다. ‘거짓말장이가 정치판에 나갈 때는 정치판에 익숙해질 필요가 없다’고 한 한나 아렌트의 말처럼 그들에겐 생활이자 습관이고, 취미이자 생존방식의 처세술이며 타인과 세계를 이해하는 원리입니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만큼 품격을 드러내는 건 없습니다. 청문회의 본래 취지는 전문성과 자질 검증일 텐데 국민들의 시선을 붙드는 건 다른 것들입니다. 그들이 맺어 온 관계의 종류, 언어의 온도, 태도의 결 같은 것들입니다. 누구는 학문적 성취의 정직성에 의심을 샀고 다른 누구는 주변을 대하는 태도와 언행으로 물의를 빚었습니다. 스펙은 빛났지만 그들이 세상과 맺어 온 관계는 상식적이지 않았습니다.
피라미드 상층부가 두터워지는 것처럼 과잉 생산된 엘리트 정치인들이 이 나라 정치를 망치고 있습니다. 사람을 수단으로 삼고 부속처럼 다루는 풍토, 효율과 통제로 관계마저 재단하는 시대에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인간으로서 뿐만 아니라 정치를 하려는 자의 기본 아닌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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