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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군구연맹, 시군구공무원 고용 및 생활실태 연구조사 발표

이순곤 기자 | 입력 : 2025-08-08 15:10

시군구 공무원, 민원과 조직 내 문화로 스트레스 시달려
시군구 공무원 43%, 악성민원으로 이직 고려

 전국시군구공무원노동조합연맹 공주석 위원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지난해 열린 김포시 공무원 사망 추모식 및 악성민원 대책 및 인력확충 요구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전국시군구공무원노동조합연맹 공주석 위원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지난해 열린 김포시 공무원 사망 추모식 및 악성민원 대책 및 인력확충 요구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전국 시군구 공무원들이 민원 등 외부 환경과 조직문화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에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민원 공무원에 대한 처우가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국시군구공무원노동조합연맹(이하 시군구연맹)이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의뢰한 ‘시군구연맹 공무원의 고용실태와 생활실태 연구조사’에 따르면, 시군구 공무원의 민원 스트레스는 74.4%로 상당히 높았으며, 조직 신뢰도는 17.0%로 매우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조사는 시군구연맹 조합원 중 1,934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끝없는 악성민원으로 이직까지 고려해”

시군구 공무원들은 악성민원으로 이직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43.0%(복수응답)가 악성민원으로 인해 공직사회를 떠나고 싶다고 답했다. 직급별로는 ▲8급 47.3% ▲9급 44.1% ▲7급 41.3% ▲6급 이상 39.5% 순으로 확인됐다. 김포시공무원노동조합 유세연 위원장은 “지난해 김포시청 소속 공무원이 악성 및 폭탄민원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있었다”면서 “공무원 노동자들은 악성·폭탄민원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없고, 상당한 스트레스에 처해있다”고 토로했다.
시군구 공무원은 악성민원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매우 높았으며, 이에 대한 적절한 보호조치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군구 공무원은 악성민원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매우 높았으며, 이에 대한 적절한 보호조치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성민원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낳고 있지만, 대비책도 마련돼 있지 않아 공직사회가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직의 스트레스 해소 지원이 부족하다는 응답은 79.5%로 확인됐으며, 스트레스가 건강을 악화하고 있다는 응답도 74.1%로 조사됐다.

안타까운 점은 민원담당자를 보호하는 장치가 없어 민원 공무원이 사실상 무방비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민원 스트레스 경험률은 74.5%에 달했으나, 교육, 녹음, 권장시간준수, 안전요원배치 등 보호조치를 받았다는 경험은 최소 3%(권장시간준수)에서 최대 39.7%(녹음기능)에 불과했다. 민원 스트레스 경험률과 보호조치 시행률 간 격차가 최소 39.8%에 달하는 것이다. 즉, 높은 민원 스트레스에 노출된 공무원이 적절한 보호 없이 방치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군산시청공무원노동조합 박덕하 위원장은 “공직사회에서 공무원이 폭행당했다는 이야기는 자주 들린다”면서 “공무원은 폭행당하기 일쑤이지만, 정작 공무원을 보호하는 시스템은 보호 안내문 게시 등의 안내문이 전부”라고 전했다.

박 위원장의 말처럼 민원 담당 공무원의 보호 시스템은 효과성이 미비하다. 대다수 관공서가 보호안내문 게시와 통화내용 녹음, CCTV 설치 등 실질적이지 않은 보호조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군구연맹 공주석 위원장은 “일터가 안전을 보장해야 하는데 공무원 대다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을 것”이라면서 “안내문 게시와 같은 보여주기식이 아닌 공무원 노동자가 피부에 와닿을 수 있는 보호조치를 이른 시일 내에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직사회, 간부 모시는 날·직장 내 괴롭힘 만연

시군구 공무원은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가 매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시군구 공무원은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가 매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직사회 내 경직된 문화도 개선돼야 한다. 조사 결과, 업무 스트레스(57.6%)보다 인간관계 스트레스를 경험했다는 응답이 70.3%로 12.7%p 높았다. 이는 계급적 조직문화의 폐해가 공직사회에 널리 퍼져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일명 ‘간부 모시는 날’을 경험했다는 응답자는 25.8%에 달했다. 간부 모시는 날은 공무원들이 순번을 정해 간부에게 사비로 식사를 대접하는 대표적인 공직사회의 불합리한 관행이다. 앞서 행정안전부와 인사혁신처는 지난달 발표한 ‘간부 모시는 날 합동 실태조사’결과에서 “간부 모시는 날을 경험한 응답자는 전체 11.1%로 지난해 11월 조사(18.1%)보다 7.0%p 감소했다”며 “중앙부처는 7.7%, 지자체는 12.2%”라고 발표했다.

직장 내 괴롭힘도 만연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을 목격하거나 경험한 비율은 무려 43.9%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7급이 51.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는데, 이는 상급자와 하급자 사이에서 양방향 압박을 받는 구조적 위치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 뒤로 ▲8급 43.8% ▲6급 이상 40.9% ▲9급 32.8% 순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해 경북 영주시 공무원 A씨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A씨는 ▲당일 행사 대리 참석 지시로 인한 높은 업무 강도 ▲상급 기관의 민원 평가 관련 부당한 데이터 조작 지시 ▲개인 운전기사로써 수행 지시 등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민원 공무원 처우개선 나서

이처럼 공무원의 근무환경이 열악한 상황에 빠지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공무원이 적극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조직문화와 제도를 정비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같은 날 ‘공직사회 조직문화 제도 정비 5대 추진과제’를 발표했다. 추진과제에는 ▲정책감사 폐단 차단 및 적극 행정 활성화 ▲직권남용 수사 신중 및 직권남용죄 남용 방지를 위한 법 개정 ▲민원·재난·안전 업무 및 군 초급간부 등 현장 공무원 처우개선 ▲비효율적인 당직체계의 인공지능(AI) 활용 개편 ▲공무원 포상·승진 확대 및 AI 교육 확대 등이 포함됐다.

시군구연맹 공주석 위원장은 “공무원은 국민에 헌신하고 봉사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늦게나마 공무원 처우개선에 관심을 가져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군구 공무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것은 연구에서도 확인된 사실”이라면서 “국민과 매우 밀접한 거리에서 민원을 처리하는 시군구 공무원의 처우가 하루빨리 개선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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