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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범의 千글자]...노년에 행복하려면

입력 : 2025-11-20 08:04

[신형범의 千글자]...노년에 행복하려면
‘행복하다’는 느낌은 진화적으로 볼 때 생존과 번식에 유리할 때 인식하도록 설계된 감정입니다. 행복의 본질은 즐거움 같은 긍정적인 정서를 자주 느끼고 삶에 만족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풍성한 사회적 경험도 행복감을 배가시킵니다. 그런 걸 보면 성격적, 기질적으로 외향적인 사람이 확실히 유리합니다. 행복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생겨나는데 많이 움직이고 많이 만나면 뇌의 보상체계가 더 활발하게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연세대 심리학과 서은국 교수는 집짓기에 비유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인생에 두 개의 집을 짓는다고 생각합니다. 직장, 사회생활 같은 세상의 인정을 받는 집과 개인적 즐거움과 사적 경험으로 꾸려나가는 집. 나이 들면서 ‘바깥집’은 쓸모가 줄어듭니다. 세상을 위해 만든 집이 중요하다고 여길수록 바깥집에서 내 집으로 이사할 때 심리적 충격을 많이 받습니다. 한국 일본 싱가포르가 그런 사회입니다. 이들 나라의 공통점은 타인의 평가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입니다. 공적 무대가 끝나고 사회적 자원이 축소되는 게 결정적입니다. 평생 업무로 만나며 투자한 인간관계 대부분이 사라지면서 상실감도 커집니다.
‘노후준비’라고 하면 흔히 돈과 건강만 생각하는데 사회적으로 풍족한 자원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한국처럼 집단주의가 강한 사회에서는 사람에 대한 에너지를 가족이나 회사 같은 작은 집단에 올인하기 쉽습니다. 울타리 밖 사람들과 연결망을 구축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습니다. 한창 나이 때는 모르지만 인생2막으로 가면 아쉬워집니다. 갑자기 만들기도 어렵습니다.

보상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이뤄지는 게 제일 중요한데 노년에도 똑같습니다. 가족, 특히 자식에게서만 찾는 경향이 있는데 건강하지 못합니다. 자식이 찾아오는 게 유일한 행복인 부모는 효성 지극한 자식이라도 부담스럽습니다. 플랜B, 플랜C가 있어야 합니다. 친구나 사회관계가 활발한 부모가 본인은 물론 자식에게도 좋습니다.

가족은 중요하지만 새롭지는 않습니다. 행복감은 새로운 것과 연관이 깊습니다. 행복감이 높은 사회는 울타리 바깥에 있는 사람과 상호작용이 잘 되는 사회입니다. 오가다 마주치는 사람들과 농담하고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분위기가 행복감과 연관이 있는데 한국사회가 부족한 부분입니다. 자기 집단 바깥에 있는 사람을 잠재적 경쟁자 아니면 적으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우리 부모세대는 남들 눈치 보느라 진정한 자기 삶을 살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인생 전반부를 마무리하고 2막으로 넘어가는 시기부터라도 자기 삶을 사는 게 좋습니다. 그러려면 갈 곳이 있고 만날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뇌는 새로운 변화가 없는 자극에는 잘 반응하지 않습니다. 행복하려면 새로운 자극이 있어야 합니다. 행복은 근심 걱정이 없는 상태보다 즐거운가 즐겁지 않은가가 훨씬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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