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메뉴

HOME  >  사회

[신형범의 포토에세이]...광화문 현판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 입력 : 2026-10-06 06:52

[신형범의 포토에세이]...광화문 현판
광화문 광장은 다양한 이슈들로 늘 소란한데 가끔 해묵은 갈등도 등장합니다. 올해 초,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광화문 한글현판 검토안’을 보고하면서 한동안 잠잠하던 문제가 다시 불거졌습니다. 문체부의 안은 현재의 한자현판 아래쪽에 한글현판을 추가하겠다는 아이디어입니다. 이곳을 찾는 외국인들이 많으니 한글현판을 붙여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겠다는 의도입니다. 하지만 지난 7월, 1차 토론회를 벌인 결과 약 75%가 원형을 보존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조선 건국과 함께 건립돼 임진왜란 때 소실됐다가 고종 때 중건된 광화문은 수난의 연속이었습니다. 일제에 의해 위치가 바뀌었고 6.25때는 불에 타 현판까지 전소됐습니다. 박정희 정권 때 원래 위치에 재건하면서 한글현판을 달았으나 노무현 정부 때 철거됐습니다. 2010년에는 고종 때 중건 당시를 기준으로 한자현판이 복원됐지만 석 달 만에 균열이 생겼습니다. 이때 한글단체를 중심으로 ‘현판을 한글로 달자’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이후 잊을 만하면 한자냐 한글이냐, 누구의 글씨를 쓸 것이냐 하는 논란이 제기됐습니다. 사실 이 문제는 정답이 없어 보입니다. 지금까지 제기된 나름의 주장들은 이렇습니다.
우선, ‘원형복원론’입니다. 유네스코 등 국제적 문화재 복원 규범(베니스헌장 등)에 따르면 핵심은 ‘고증을 통한 원형 회복’입니다. 즉, ‘문화유산복원=원형재현’이라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겁니다. 임진왜란 때 소실된 후 고종 당시 중건된 모습 그대로 한자로 쓰는 것이 역사적, 고고학적 가치를 지키는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이에 반해 ‘시대정신론’자들은 광화문 광장은 대한민국 시민사회의 중심이며 심장부라고 주장합니다. 현대 한국의 정체성을 가장 잘 대변하는 글자는 한자가 아니라 한글이기 때문에 국민 누구나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우리글이 당연하다는 생각입니다. 한자현판이 중국에 대한 사대주의와 왕권 강화를 상징한다면 한글현판은 민주주의와 문화강국으로서 자주적 역량을 보여주는 문화적 독립의 상징이라는 겁니다.

마지막은 절충론입니다. 한자와 한글 두 진영의 대립이 오랫동안 이어지는 소모적인 논쟁을 멈추고 양측의 가치를 모두 수용하는 ‘통합정신’을 발휘하자는 입장입니다. 한자와 한글을 함께 배치함으로써 조선의 역사와 현재의 가치가 공존하는 레이어(Layer)를 형성하자는 것이지요. 한자로 전통을 살리고 한글을 병기해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정확히 전달하는 현실적 이점을 취하자는 겁니다.
명분도 중요하지만 내가 보기에 정말 중요한 것은 광화문 현판을 정치싸움에 끌어들이지 않는 것입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현판을 갈아치운다면 문화유산의 역사성과 정통성은 뿌리째 흔들릴 것입니다. 광화문 현판은 단순한 간판이 아니라 국가의 얼굴이자 시대정신을 담는 그릇입니다. 각자의 입장과 세계관에 따라 역사적, 예술적, 사회학적 관점이 복잡하게 얽힐 수밖에 없습니다. 정리하면 문화유산을 보존해야 할 박제된 과거로 볼 것인지, 아니면 함께 호흡하는 현재의 자산으로 볼 것인지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 옳다는 결론보다는 광화문이라는 공간이 우리 사회에서 갖는 광장성과 역사성 사이의 긴장관계를 함께 푸는 쪽으로 생각해보면 의외로 다른 답을 찾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

[비욘드포스트 이순곤 기자] sglee640@beyondpost.co.kr

<저작권자 © 비욘드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리스트 바로가기

인기 기사

최신 기사

대학뉴스

글로벌마켓